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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바 분식회계 인지’ 정황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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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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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보고받아

지분 재매입 관여 의혹 등 삼성 ‘고의 은폐’ 핵심 증거


[단독]이재용 ‘삼바 분식회계 인지’ 정황 줄줄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주요 내용을 보고받았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2014년 10월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로부터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도 짙어진다. 검찰은 분식회계 최대 수혜자가 이 부회장이라고 본다. 이 부회장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2014년 10월 말 미국에서 바이오젠 최고경영자를 만나고 온 고 대표에게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삼성에피스가 추진하던) 미국 나스닥 상장 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바이오젠과 삼성에피스를 함께 만들면서 콜옵션을 약정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가 대부분 보유한 삼성에피스 주식을 원할 때 정해진 값에 49.9%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삼성 측은 부채인 콜옵션을 2012~2014년 공시하지 않았다.


고 대표가 이 부회장에게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보고한 사실은 삼성 측이 그간 내놓은 해명과 어긋난다. 삼성 측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갑작스러운 콜옵션 행사 가능성 상승 때문에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뒤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5년 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다. 그해 7월 합병이 진행 중일 때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기업 가치를 평가하면서 콜옵션 존재가 드러났다. 콜옵션 부채 규모만 1조8000억원이 잡혔다. 이 부채가 반영되면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처한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삼성이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회계처리기준을 바꿨고,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가치가 4조5000억원가량 부풀려졌다고 본다.



고 대표의 보고 사실을 보면, 삼성 측의 “2015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 측이 2014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회계처리기준을 2014년 바꾸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김모 삼성바이오 재무담당 전무도 검찰에서 “2015년에 콜옵션을 갑자기 행사할 만한 이벤트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6월 바이오젠 부회장과 통화하며 지분 재매입 계획을 논의(경향신문 6월25일자 10면 보도)했다. 지분 재매입 프로젝트는 삼성이 애초에 지배력 변동을 일으킬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주요 정황이다. 프로젝트대로라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동’이 없고, 회계처리기준도 바꿀 이유가 없다.


분식회계 의혹 핵심인 콜옵션 공시 누락을 이 부회장이 인지한 정황은 많다. 2012~2015년 삼성이 콜옵션 가치를 계산하고, 콜옵션 행사에 대비한 사실은 여러 문건에 나온다. 2014년 10월15일 삼성이 작성한 ‘IPO OUTLOOK’(기업공개 전망) 문건(경향신문 7월24일자 8면 보도)에도 콜옵션 평가가 들어 있다. 검찰은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이 2014년 기준으로 콜옵션 가치를 계산한 보고서를 확보했다. 이 내용이 2015년 1월 이 부회장에게 보고(경향신문 7월25일자 1면 보도)된 사실은 삼성 내부 문건에도 나온다.


2015년 합병 전에도 콜옵션을 뺀 채 삼성바이오 가치를 평가했다. 콜옵션 누락은 합병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모회사였고,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다. 부채가 공시됐다면 제일모직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합병 비율이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와 달리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참여연대는 합병 때 삼성바이오 콜옵션 부채 누락 액수를 3조여원으로 계산했다.



검찰은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장으로 수사팀이 꾸려지면 이 부회장 등 윗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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