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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콜옵션’ 숨긴 삼성, 평가서까지 바이오젠에 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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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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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삼바 분식회계’ 정황에 잇단 입장 번복
에피스 대표가 미국 방문 “3.2배 이익 가능” 의견 타진
만남 뒤 ‘행사 가능’ 문건 작성…“회계사기 핵심 증거”
‘회계법인 책임 전가’도 검찰서 막히자 속속 시인·번복


삼성 측이 2014년 10월 콜옵션 가치평가를 한 문건을 들고 미국 바이오젠과 직접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 측이 바이오젠에 “지금 콜옵션을 행사하면 유리하다”고 설명한 정황도 드러났다. 삼성 측이 이 만남 직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파악한 사실도 내부 보고 문건에 나왔다. 미국 바이오제약사인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운 회사다.


삼성 내부 문건들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들이다. 삼성 측은 자신들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내부 문건과 보고서 등이 차례로 드러나자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 2014년 바이오젠에 콜옵션 설명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 측은 2014년 10월15일 ‘IPO OUTLOOK’(기업공개 전망) 문건을 만들었다. 삼성 측이 삼성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때다.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는 같은 해 10월20일 미국 보스턴에서 바이오젠 대표를 만나 이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에는 삼성에피스의 콜옵션 가치가 평가돼 있다. 고 대표는 바이오젠 측에 “지금 콜옵션을 행사하면 3.2배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틀 뒤인 10월22일 ‘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사 미팅 결과’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상장 전 바이오젠사가 콜옵션 행사도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바이오젠과 삼성에피스를 함께 만들면서 콜옵션을 약정했다. 바이오젠이 원하면 삼성바이오가 대부분 보유한 삼성에피스 주식을 정해진 값에 49.9%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바이오 입장에선 사실상 부채다.


삼성 측은 2014년부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에피스 주식을 재매입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계획을 세웠다. 바이오젠을 만난 것도 그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삼성 측과 바이오젠의 만남 전후에 작성된 문건들은 삼성 측 분식회계를 증명하는 주요 증거다. 삼성은 2015년 이전까지 콜옵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부채인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다가 2015년 갑자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회계처리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회계처리기준 변경으로 삼성바이오 가치는 4조5000억원가량 부풀려졌다.


삼성은 2014년 10월 기준으로 콜옵션 행사 시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이익을 산출했고, 바이오젠과도 이를 공유했다. 이때 이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모 삼성바이오 재무담당 전무도 검찰 조사에서 “2015년에 콜옵션을 갑자기 행사할 만한 이벤트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회계사기를 부정할 수 없는 내부 문건들로, 이제는 거의 모든 쟁점에서 삼성 측 논리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검찰서 180도 변한 삼성 입장  

삼성 측은 분식회계 의혹을 반박하는 주장과 논리가 깨지자 하나둘씩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삼성 측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서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을 폈다. 신용평가사가 2014년 콜옵션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콜옵션 가치 상승이 예상되니 콜옵션 평가를 미리 받아보면 좋겠다고 먼저 삼정이 언급했다”고 했다.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관해선 “2015년 9월 삼정이 먼저 제안했다. 우리는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거부감을 가졌다”고 했다.


삼성 측 입장은 검찰 조사에서 뒤바뀌었다. 삼성 측 인사들은 신용평가사에 콜옵션 평가 불능을 유도하거나 이들의 보고서를 조작·대필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처리기준 변경은 삼성바이오의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삼성 주도로 이뤄졌다는 증거와 진술이 여럿 나왔다.


삼성 측은 한영회계법인이 2016~2017년 만든 삼성에피스 가치평가보고서의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해 감리위에선 “신뢰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한영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다” “명확한 오류가 확인되지 않는 한 4대 회계법인 등 평가 전문가들의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심모 삼성바이오 상무가 한영과 세 차례 회신을 주고받으며 특정 액수로 보고서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콜옵션 약정 내역이 담긴 합작계약서를 감사인인 삼정 측에 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두고 감리위에선 “계약서를 제공해 함께 면밀히 검토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 이후 삼성 측은 “계약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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