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억원을 불법 상납받은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8·사진)과 검사장 출신인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52)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국정원 자금으로 보이는 5000만원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네지는 데 관여한 청와대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자금의 용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3일 김 전 기획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1시간 넘게 조사했다. 김 전 기획관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를 약 2억원씩 총 4억원가량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전직 국정원장도 지난 12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국정원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씩을 건네받은 혐의가 있는 김 전 비서관과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50)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1년 4월 장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관봉(도장으로 봉인된 돈다발)’ 형태의 5000만원을 전달하는 데 개입한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4)을 상대로도 이날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검찰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재수사 당시 장 전 비서관이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자신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비서관이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검찰은 조만간 류 전 관리관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나머지 억대 자금의 용처 파악과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은 자금이 더 있는지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의 재산·가족 등 내밀한 부분을 관리해온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 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상납에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