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주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꾼 한 발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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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그리그 - 산왕의 궁전에서
1880년 미국 워싱턴의 한 인구조사국에서 일하던 20살의 젊은 직원인
허만 홀러리스(Herman Hollerith)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달리는 차 창에 턱을 괸 채 골똘히 생각에 빠진 원인은
바로 얼마 전 통계국에서 내려온 한 장의 공고로부터 시작됐다.
`빠르고 정확한 획기적인 인구 조사 방법 설계하기`
당시 전 국민에 대한 통계자료를 처리하던 1880년대의 미국의 통계국은
엄청난 이민자들의 물결로 인해 범주화할 자료를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독립 직후 1790년부터 10년마다 전체 인구를 조사해온 통계국은 9차 조사였던
1870년엔 조사와 집계에 5년이 걸렸지만 지금 당장 실시하는 10차 조사에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는 이유는 당시의 인구조사법이 모든 것을 손으로
일일이 세고 적는 매우 원시적인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활발한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1870년에 3,885만 명이었던 총인구수가
1880년엔 5,019만이라는 숫자에 육박하게 되자 다음 조사엔 12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고 일각에선 아예 인구조사 자체를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제시될 정도였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통계국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상금을 걸고
해결책을 각지에 공모하게 된 것이었다.
홀러리스는 오래전 학교에서 배운 한 놀라운 방직기계를 떠올렸다.
이전의 방직 기술에선 정교한 무늬와 같은 화려한 천은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어졌지만
1805년 프랑스의 발명가 조제프 마리 자카드(Joseph Marie Jacquard)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카드식 방직기는 마치 사람이 직접 제작하는 것 처럼 화려한 무늬의 천을 자동으로 만들어 냈었다.
당시의 방직기계는 실을 자동으로 끌어와 천을 짜는 여러 개의 쇠막대로 작동했다.
이런 쇠막대의 움직임을 통제하면 특정 색상의 실들을 끌어올 때 자동으로 섬유의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점을 주목한 자카드는 종이에 구멍을 뚫어 쇠막대와 실 사이에 놓아
구멍이 뚫린 부분은 실이 엮어지고 구멍이 뚫리지 않은 부분엔 쇠막대가 막혀 실이 엮이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내어 마치 사람이 만드는 듯한 무늬의 천을 기계를 통해 대량으로 제작해낸 것이다.
만약 이렇게 기계가 인구의 숫자를 자동으로 셀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지만 직조기의 시스템은 단순하여 실을 선택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2가지 차이밖에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인구 조사와 같은
다양한 변수가 있는 작업엔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이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던 홀러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
혼잣말을 내뱉었다.
`까막눈인…. 내가 뭘 하겠어. 그저 말도 안 되는 공상일 뿐이지.`
어릴 적 극심한 학습장애인 난독증으로 인해 쓰거나 읽는 것이 힘들어
정규적인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홀러리스는 다른 분야인 기계 설비와
기계의 작동 원리에 대해선 누구보다 해박했다.
기계 정비사의 길을 가고자 했던 홀러리스는 1년 전인 1875년에
뉴욕 컬럼비아 탄광 대학에서 천신만고의 노력끝에 학위를 받아 졸업하여
꿈에 그리던 탄광 정비사가 되었지만 내성적인 성격과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그에게 탄광 정비사의 길마저도 지속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꿈꾸던 길을 포기한 홀러리스는 고향인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도망치듯 떠났고
단순히 숫자를 세는 업무가 전부인 인구조사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차 창 밖을 바라보며 이번 일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한
홀러리스의 귀에 조그마한 금속음 소리가 들려왔다.

찰칵-
그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말쑥한 차림의 역무원이 승객들에게서
승차권을 받아 확인하는 눈에 들어왔다.
찰칵-
역무원은 승객에게 짧은 인사말을 건네며 승차권을 받은 후 손에 든 작은 도구를 사용하여
구멍을 뚫고 다시 승객에게 돌려주었다.
지난 역에서 갈아탔던 홀러리스는 그 광경이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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